어느 가을날 낙엽들의 무도회에 초대되다: 1일1글쓰기-20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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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생각정리

어느 가을날 낙엽들의 무도회에 초대되다: 1일1글쓰기-202.10.30.

by 찐콕 2022. 10. 30.

나는 목적지없이 정체없이 떠도는 것을 극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날은 도서관을 방문해 볼까?하는 생각에 도서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을 방문하고 몇 권의 책을 빌리고 나왔다. 그런데 도서관 뒷편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순간 호기심이 나를 찾아와 '가볼까? 저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많은데 다른 길로 새도 될거야.' 라는 마음이 들자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걸었다.

도서관 옆길을 보긴 했지만 그 옆길이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지는 줄은 몰랐다. 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멍석같은 코코넛망이 깔려있었다. 흙의 유실도 막고 사람들도 다치지 않기 위해서 까는 거라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그 길이 보이자 '저 산위에는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 길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그 코코넛망이 깔린 길을 올라갔다. '생각처럼 낮은 산인데 왜 힘들까? 아마 운동부족의 후유증을 이렇게 앓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숨을 헐떡거리며 그 1분도 안되는 길을 후아후아하며 오른다.

그 길을 조금 걷다보니 비밀장소처럼 보이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장소일지도- 조금 넓은 공터가 나왔다. 사람들이 운동하라고 설치한 운동기구도 있고 정자도 있고 앉을 수 있는 벤치들도 있었다. 새로운 장소에 오니 새로운 느낌이 나면서 신기하다고 생각되었다. 그곳을 잠시 배회하다가 한 벤치에 앉았다.

늦은 오후의 가을날이라 조금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따스함도 어느정도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는데 역시 가을이다. 파란하늘이 쨍하게 '나는 가을하늘이야'라고 말할 것 같은 날씨였다. 그 하늘을 바라보니 지금 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지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여유를 느끼는데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이 불어서 더 좋네. 더 여유로워진 기분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천천히 내려오기도 하고 중압감있게 내려오기도 하고 빠르게 내려오기도 하는 '낙엽들'이었다. 한 번도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해보지 못한 기분이 들정도로 신비한 기분이었다. 낙엽들이 모양, 무게에 따라서 다 다르게 떨어졌다. 가볍고 날쌘모양은 바람따라서 빠르게 회전을 하는 소용돌이처럼 떨어졌고 묵직하고 큰 나뭇잎은 느린 배를 탄듯 천천히 좌 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천천히 떨어졌다. 그 낙엽들은 마치 고성에서 무도회를 여는 중세의 어느 귀족들처럼 그렇게 자신만의 춤들을 보여줬다.


그 신기하고도 눈빛을 초롱초롱 빛나게 만들었던 경험은 나의 가을날 추억이 되었다. 그곳에서 혼자라서 느끼던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여유로움이었다. 그 가을날 낙엽의 무도회에 초대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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