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것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당시 근처에 하천이 있었는데 그 하천을 따라 걸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름에는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는 날이라서 하천 산책길이 식물들의 잎으로 무성해진다.
나는 한 여름에 하천길을 따라 걷다가 이상한 덩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덩굴은 신기하게도 다른 식물을 감싸서 자라고 있었다. -등나무, 칡의 덩굴 줄기랑은 달랐다- 매일 산책을 나서니 매일 그 식물을 보게 되었는데 그 노란줄기를 다른 잡초에 감아서 자라면서 식물을 감싸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노란 줄기에 감긴 식물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 식물은 어떤 식물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았다. '식물을 감싸고 자라는 덩굴 식물', '잡초를 칭칭감아서 자라는 식물', '노란색의 덩굴식물', '다른 식물을 감아서 잡아먹고 사는 식물' 등등 으로 검색했으나 어떤 식물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생태학자의 강의를 듣게 되는 기회를 얻었을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질문시간이 돌아오자 나는 내가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인 "식물을 감싸서 자라는 식물"에 대해 질문을 드렸다. 사진이 있냐고 해서 궁금증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카메라 렌즈로 찾는 검색을 그당시에는 몰랐다- 생태학자분은 사진을 보자마자 "이거 '새삼'이라고 합니다. '토사자'라고도 불리는데 다른 식물에 기생하고 자랍니다. 씨앗이 약으로 쓰여요."라고 답변을 주셨다.
인터넷에 [새삼]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엄청난 정보가 쏟아졌다. 그렇게 찾아헤맬때는 어떤건지 보이지도 않더니 정확한 명칭을 찾아서 검색하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정확한 명칭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새삼은 동의보감에 약으로 효능이 기재되어 있다. 새삼의 씨앗이 정력제라고 하는데 이는 천연 비아그라 정도로 생각되었다. 통증에도 효과적이며 갈증도 없애준다고 한다. 새삼 그 강한 생명력의 능력치가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새삼은 처음 발아 즉 싹을 낼때는 뿌리가 있다. 그 뿌리로 덩굴을 자라게 하는데 10일 후에 다른 식물과는 다른 전략을 이용한다. 바로 다른 식물에게 달라붙는 것이다. 숙주를 찾는것으로 기생충과 같은 전략을 짜는 식물이다. 만약 10일 후에 숙주를 못 찾는다면? 새삼은 죽는다. 새삼스럽게도 새삼은 약 10일 정도만 숙주를 찾는 것이다. 10일 후에는 뿌리가 쇠퇴해 버린다. 새삼은 그렇게 뿌리도 버리고 잎은 아예 내놓지도 않으며 숙주 식물에게 흡기관이라는 빨대를 꽂아 쪽쪽 숙주 식물의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그럼 새삼이 감아버린 숙주 식물은 어떻게 될까? 새삼의 능력치에 따라 달라진다. 새삼이 왕성하게 자라서 식물을 아예 덮어버리면 숙주식물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새삼을 보면 처음부터 제거한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콩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데 새삼이 와서 콩을 칭칭 감아버리면 콩이 잘 자라지도 않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물에도 기생충과 비슷한 전략을 짜는 식물이 있다니 놀라운 식물이었다. 덩굴식물은 다른 식물을 지지대로만 쓴다고 생각했는데 먹이로 쓰기도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새삼을 보면서 내가 가진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 전략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덩굴손을 지지대로만 쓴다면 내 몸의 지탱여부만 다른 식물에게 맡기는 거지만 새삼처럼 빨대를 꽂는 길로도 사용한다면 이는 생존과 연결된다. 즉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도구를 사용하는 전략을 짜야겠다고 새삼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글쓰기 > 생각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해와 잘못된 판단은 더 큰 피해를 일으킬수도 있다:1일1글쓰기-2022.11.06. (0) | 2022.11.06 |
---|---|
나비도 전사가 된다(벌을 내쫓는 나비): 1일1글쓰기-202.11.05. (0) | 2022.11.05 |
가정내 재고관리 및 패션코디일지 앱을 만든다면?:1일1글쓰기-202.11.04. (0) | 2022.11.04 |
새가 지평선 가까이 나는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1일1글쓰기-2022.11.03.... (0) | 2022.11.03 |
그 나라의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해석한다면?:1일1글쓰기-2022.11.01. (0) | 2022.11.01 |
현재주의자인 나에게 뿌리를 알라고 한다면: 1일1글쓰기-2022.10.31. (0) | 2022.10.31 |
어느 가을날 낙엽들의 무도회에 초대되다: 1일1글쓰기-202.10.30. (0) | 2022.10.30 |
힘들때 앞, 뒤, 위가 다 막히면 옆을 보자: 1일1글쓰기-2022.10.29. (0) | 2022.10.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