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 식물원은 몇 번이나 방문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식물원을 향해 걸어갈 때 입구에서부터 좋은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향기지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향기의 근원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가을이 무르익을때 쯤이여서 꽃도 별로 없고 나뭇잎도 거의 떨어진 시점이었다. 그래서 식물원 안에서 바깥으로 국화꽃 향기가 흘러나오는 건가 싶었지만 국화꽃 향기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내가 맡은 향기는 달달했다. 그리고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서 나는 향기 같았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노란색 잎들이 소복히 쌓인 게 보였다. 그 잎들이 눈에 들어와서 근처에 그 잎과 비슷한 잎을 주워보았다. 내가 맡고 있는 향기가 그 잎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마르고 있는데 달달한 향이 나다니 신기했다. 그 잎을 만져보고 코도 갖다 대보고 하면서 관찰하였다.

그러다 그 잎이 계수나무 잎이라는 것을 알았다. 달토끼가 방아찢는 곳에 있는 나무로 많이 묘사되는 나무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그 곳에 잠시 멈춰 향기를 맡았다. 식물원의 식물들은 모두 식물원 소유이므로 절대 가지고 가면 안된다. 대신에 내 마음에 내 콧 속으로 향기를 담아갔다. 그러면서 나중에 계수나무를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달달한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주변에 벌이나 나비를 보지는 못했다. '거의 가을이라서 안보이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식물원 안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화꽃들이 만개한 곳에서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면서 이 꽃 저 꽃 방문하고 있었다. '얘네들도 계수나무가 못 먹는 향기라는 걸 아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곤충들이 달달한 향기가 나는 것을 맡고 먹이를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조건은 아닌가 보다. 아니면 계수나무의 노란 마른 잎에서 나는 향기는 곤충이 좋아하는 달달한 향은 아닐지도. 그렇게 달달한 계수나무의 마른잎에 마음을 뺏겨버린 나와 국화꽃 향기를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는 벌들이 있는 가을의 어느날이었다. 가을에 계수나무의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 꼭 계수나무의 마른잎을 맡아보길 추천한다. 계수나무의 잎은 바싹 마를수록 향기가 진해진다. 그 향기에 마음이 뺏기는 가을의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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