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가듯 만났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이다. 한 할머니가 손주를 갓난아기였을때부터 키웠다고 한다. 그 손주가 뛰어다니는 나이가 될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손주가 감을 두개 들고 왔다고 한다. "이거 할머니 먹어. 내가 할머니 주려고 가져왔어."라며 잘익은 감을 할머니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른 감을 엄마에게 내밀며 "이거 엄마 먹어."라고 했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그 감을 받으며 매우 서운했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 앞에서 표현할 수 없어서 참았다. 둘이 되었을때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에게는 덜 익은 감 주고 할머니에게는 익은 감 주고 엄마가 많이 싫어?"라고 물어봤다.

어릴때부터 아이를 할머니 손에 맡기고 일을 했기에 곁에 있지 않아서 할머니만 좋아하는 아이에게 내심 서운한게 많았다.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할머니를 따르는 것도 좋은 일인데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 아이가 엄마를 보며 "이건 비밀인데 엄마만 알아. 할머니에게 준거는 땅 위에 떨어진거고 엄마에게 준거는 내가 나무에서 따서 준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엄마는 그제서야 아이가 자신을 생각해 준걸 알고 기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분이 "그래서 손주녀석들 챙겨줄 필요없어. 결국에 자기 부모만 알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어르신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지만 내 생각에 이 어르신도 손주 사랑이 지극할 것 같았다. 서운함을 느꼈다는 것은 손주들을 본인이 챙겨준다는 것이고 손주들의 보살핌을 기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기대하면 그 기대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 어르신처럼 실망하기 전에 손주들이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자신이 가질 기대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나를 이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내가 잘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기대라는 걸 하게 된다. 이건 내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에게 품은 기대이건만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는다고 그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다른사람들에게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감을 느낀다고 해서 나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 내 감정을 조금 더 알아주면서 다독이면 된다. 내가 마음대로 한 기대는 내가 정한것 이므로 다른 사람이 충족시켜줄 수 없다. 나의 호의에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넣었다면 그 호의를 차라리 주지 말자. 내가 베푸는 호의에서 그 사람에 대한 미운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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