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거기서 수컷 닷거미가 나왔는데 수컷 닷거미가 짝짓기를 위해서 파리를 잡았다. 수컷 닷거미는 잡은 파리를 거미줄로 동동 싸매서 암컷 닷거미에게 건넸다. 그리고 암컷 닷거미가 선물인 파리를 먹는 동안 앞다리에 있는 정자를 암컷 닷거미의 몸에 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건 그 다음 내용이었다. 수컷 닷거미는 짝짓기를 성공한 것에 도취된 상태에서 지나가다가 누군가가 먹다 버린 파리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 먹다버린 파리를 거미줄로 싸매서 암컷 닷거미에게 선물로 준다. 이번에도 수컷 닷거미는 짝짓기에 성공하게 된다. 한번 더 성공을 맛본 수컷 닷거미는 이번에는 적당한 크기의 먹지 못하는 풀을 거미줄로 동동 싸매서 암컷 닷거미에게 선물로 바친다.

나는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컷 닷거미는 짝짓기에 성공한다. 다시 한번 성공을 맛 본 수컷 닷거미는 이제 눈에 보이는 거미줄로 싸맬 수 있는 건 모두 싸매서 암컷 닷거미에게 선물로 바치는 것이다. 수컷 닷거미는 계속 성공하게 된다. 이후에 수컷 닷거미가 암컷 닷거미에게 선물이 가짜라는 것을 들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그것을 보면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속이는 것은 인간이나 포유류만 하는 행동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본능에 충실해 보이는 거미조차 속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속이는 행동은 인간이라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어떤 생물이든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생물이든 상대에게 이익을 얻기 위해서 속였다면 내가 그 행동에 속았다고 슬퍼할 이유가 있을까? 수컷 닷거미가 먹을 수 없는 거일지언정 거미줄로 정성들여 동동 싸매는 것을 보면 속이려는 자는 상대방이 진짜라고 믿게 하기 위해서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속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정성이 너무 지나쳐서 속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속여 이득을 취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하지만 그 이득을 내어준 즉 속은 사람에게 못났다는 말도 그걸 왜 속냐는 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야 말로 피해자다. 자신의 이득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뺏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 힘든 일을 당하면 비난보다는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위로를 건네주었으면 한다. 그들은 강도를 만난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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