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몇 번 구경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마다 그 전시관에 있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서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봤다. 하지만 관람이 끝난 후에는 기억이 나도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봤는데도 기억에 남지 않아서 허무했다. 그러던 중에 동생과 같이 그림 전시회를 갔다. 누구의 전시회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동생에게 푸념하듯이 "잘 보고 기억하려고 하는데 잘 안돼. 기억이 안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생이 "여기서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만 기억하면 된대. 그걸 더 자세히 오래보는 거야. 그럼 그 작품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그때 뭔가 충격을 받은거 같았다. 다 기억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찾는게 더 기억에 남고 경험을 더하는 방법이다. 그 말을 듣고 전시회에서 '만약 여기서 한 작품을 기억하고 싶다면 어떤거지? '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관람을 했다. 관람하면서 기억에 남길 작품들을 바꾸고 또 바꾸고 그렇게 최종 선택한 작품을 마지막에 좀 더 오래 즐기며 왜 나는 이 작품에 끌릴까를 생각했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2~3개 정도 있다. 그 후에 티비에서 김영하작가님이 "방에 한 작품을 건다면"이라는 내용으로 전시회를 즐기는 방법을 설명했다. 내 방이라고 하는 전제를 가지고 하니 소유욕이 생겼다. 또한 나의 취향을 바탕으로 작품을 고르고 내 방의 벽지, 크기 등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자 전시회를 더 재밌고 즐거운 쇼핑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보면서 한발 떨어진 느낌보다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전시회의 엽서나 도록을 사서 간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진시황 도록을 구매해서 가지고 있는데 그 전시회에 대한 기억이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였다. 그 도록을 통해서 나왔다. 그래서 병마용에 있던 그 사람같은 도자기 인형이 도록 속에서 살아나듯 그 전시관에 있었던 나의 추억을 불러온다. 추억과 기억은 어쩌면 물건과 장소에서 불러나오는 것 같다. 그 매개체만 있다면 기억을 불러내 그 장소의 경험 속으로 다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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