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도 뜻밖의 선물은 놀라움이었다:1일1글쓰기-202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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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도 뜻밖의 선물은 놀라움이었다:1일1글쓰기-2022.11.20.

by 찐콕 2022. 11. 20.

아시는 선생님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내가 보조하던 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날은 학부모들이 특별히 수업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해서 선생님의 수업이 평소보다 더 늦게 끝나는 날이었다. 또한 선생님이 수업 하는 장소가 선생님이 사는 지역보다 조금 먼 곳이었다. 우리는 선생님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 같이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서 아이와 그냥 기다리면 심심하기에 어디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 도서관이 보였다. 아이에게 물으니 자주가는 곳이라고 했다. 그 도서관에는 들어가서 보니 매점이 있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기에
'우리에게 정말 딱이다!'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우리 매점가서 아이스크림 먹을까?"라고 물었다. 아이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엄마가 저녁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 같은 거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아마도 아이는 엄마가 저녁 먹기 전 간식을 먹는 것에 대해 혼난 경험이 있어서 이렇게 군것질을 하게 되면 엄마에게 물어보고 먹어야 하는 그런 나이였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선생님은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다고 혼낼 사람은 아니었다. 그 분은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심이 넓으며 오랜 시간 혼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보내는 그 시간이 더 좋을 거라는 것을 아는 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수업이 끝났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며 운전 중이시면 전화 받기 불편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한테는 선생님이 먹자고 했다고 얘기할게. 선생님이 엄마에게 설명도 잘할게."나는 거침없이 아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혼내지 않을 걸 알고 그랬다. 아무튼 그런 나의 적극적인 대시에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승낙했다. 그래서 매점으로 향해서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콘 아이스크림은 당이 필요한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문득 수업 전에 주운 동전 100원 짜리가 생각났다.

'원래 돈을 주우면 빨리 쓰라고 했는데..'

라는 생각도 났다. 그래서

'이왕 주운 거 이 아이에게 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심코 든 생각에 따라 동전을 꺼내서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거 줄게."

아이는 손을 내밀어 100원을 받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저에게요. 왜요?"

"그냥, 길에서 주운 거야. 이런 거는 빨리 쓰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거 줄테니 너도 빨리 써."

"아. 근데 왜 이걸 저에게~ 왜~?"



기쁨과 황당함 사이의 그 표정에서 놀라움도 보였다. 이런 작은 돈이 누군가에게 이런 놀라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냥, 너에게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이런 일도 있는 거야."

"하지만 저에게...왜.. 이걸 주는지."



아이는 여전히 놀라움과 당황 사이에서 헤매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기쁨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놀라움에 푹 빠져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찾아왔고 아이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선생님이 줬어."



손에 꼭 쥔 100원을 보물처럼 엄마에게 보여줬다가 바로 숨겼다. 엄마는 그래 그래 대충 대답하는데 아이는 그 100원이 신기한지 계속 쳐다보다가 손을 꼭 쥐었다가 했다.

나는 선생님을 보고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이야기와 아이스크림 먹은 거 엄마한테 혼날까 걱정했던 아이의 이야기도 전해 주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이와 나를 보고

"괜찮아. 선생님 아이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했다. 그날 내가 무심코 전한 그 동전 하나가 아이에게 놀라움으로 바뀌는 과정은 정말 생생했다. 그러면서 이 작은 동전이 누군가에게 큰 기쁨과 놀라움을 준다는 것에 내가 더 신기하게 느꼈던 경험이다. 누군가를 놀랍게 하는 데는 큰 것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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