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 없는 인형에 내 감정을 덧씌워서 놀아보자: 1일1글쓰기-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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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생각정리

눈, 코, 입 없는 인형에 내 감정을 덧씌워서 놀아보자: 1일1글쓰기-2022.09.30.

by 찐콕 2022. 9. 30.

처음에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을 보면 대부분 이상하게 생각한다. 눈, 코, 입이 없으니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은 감정표현이 안되어 있어서 감정을 읽고 싶은 욕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눈, 코, 입이 있다는 것은 이미 표현된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 기분과 상관없는 표현이며 내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않으면 이상하여 인형의 표정을 보고 따라한다. 이는 모방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예로 한 학자가 침팬지와 자신의 아들을 같이 키우면서 실험한 내용에서 같은 나이대의 침팬지는 많은 단어를 알아들었는데 자신의 아들은 몇가지 단어만 알아들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아들이 제일 잘하는 것은 모방으로 침팬지의 모든 행동을 따라 했다고 한다. 그것을 보면 인간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모방인 것이다. 어릴때부터 우리는 모방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기에 인형의 표정을 봐도 그 얼굴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인형의 대부분은 웃는 얼굴이다.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산다. 그러니 웃는 표정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웃는 표정이 아니면 잘못된 표정이 되어 버린것 같은 기분도 느낀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더 웃는다.



눈, 코, 입이 없는 발도르프 인형은 눈, 코, 입을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인형 얼굴에 자신의 감정을 덧씌울 수 있다. 내 감정이 슬프면 인형의 얼굴에도 슬픔이 있고 내가 놀라면 인형도 놀라는 표정인 것이다. 이 인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알 수 도 있다.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은 모든 감정 표현이 가능해 진다. 나도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을 처음 봤을때는 이상했다. 눈, 코, 입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형을 볼때마다 '이 토끼는 어떤 표정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상황극 놀이를 할때도 재미있다. 일명 '토선생 놀이'다. 토선생에게 내가 궁금한 내용의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질문을 하고 답하는 1인극 형식으로 놀다보면 토선생얼굴에 감정이 보일때도 있다. 토선생의 얼굴에 놀라움, 화남, 슬픔 등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면서 놀다보면 이상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 사람을 피하고 싶을때 눈을 가린다. 감시의 눈이 싫은 것 일수도 있고 그 사람이 쳐다보는게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이 눈을 가리고 싶은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싶지만 가까이 있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눈이 있는 인형들 사이에 있으면 괜찮은 척하지만 무서울 것 같다. 영화에서 인형들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그 눈들에 압도되어 무서워보였다. 그런 무서움이 없는 인형이라도 눈이 있으면 일단 그 인형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는 한다.

그런 압박감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뭐 사도 되지만 산다고 해도 대부분 눈은 만들어져 있다. 아마 처음에는 이상해도 계속 보다보면 편해질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이 따라 붙는 곳에서 해방된 느낌도 느낄 것이다. 누군가 있지만 나를 쳐다보지 않는 기분이 이상하지만 괜찮다.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의 얼굴에 내 감정을 덧씌워서 내 기분을 표현하다보면 사실 내가 지금 웃는게 아닐 수도 우는게 아닐 수도 화내는게 맞는 걸 수도 짜증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화도 짜증도 신경질도 내는 것이 당연한 감정 표현들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서 표현하는 건 안된다. 상대방을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형을 내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감정을 격하게 드러낼 수록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쌓아놨기 때문에 격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내 감정을 계속 억누르다보면 다른 사람에게 받은 화를 또 다른 사람에게 풀 수 있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고 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 연습의 일환으로 눈, 코, 입이 없는 인형과 노는걸(?)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자신의 성향과 맞는다면 계속 놀면되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맞는 딱 한가지 방법이란 없다.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그렇게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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